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12/5/2026==보호자, 성령 “하느님은 굽은 선들로 똑바로 쓰실 수 있다" (God can write straight with crooked lines)
026.5.12.부활 제6주간 화요일
사도16,22-34 요한16,5-11
보호자, 성령
“하느님은 굽은 선들로 똑바로 쓰실 수 있다"
(God can write straight with crooked lines)
하느님 섭리 안에 자유로운 삶을 노래한 “들꽃같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다”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하느님 자비의 손길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 지친 마음은 저절로 주님이나 자연의 위로와 치유를 찾기 마련입니다.
“살아 있음이
기쁨이요 행복이다
들꽃같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물주지 않아도, 약치지 않아도, 거름 주지 않아도
가난한 땅에서 무리지어 잘도 자란다
작고 수수하나 한결같이 맑고 곱다
탈속의 초연한 아름다움이다
최소한의 자리, 양분, 소비의 가난이지만
하늘 바람에 유유히 휘날리는 샛노란 별무리 고들빼기 꽃들
참 자유롭고 행복하다
가난한 부자다
들꽃같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다”<2001.5.20.>
25년전 이 때쯤 수도원 본관 뒤뜰 마당 가득 채운 고들빼기 들꽃들을 보며 쓴 제 소망을 반영한 시입니다.
충고와 조언보다는 참으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예나 이제나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사는 인간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오늘 주님의 복음 말씀이 위로와 격려, 치유가 됩니다.
용기백배 힘을 줍니다.
보호자 성령을 보내 주신다는 예수님의 약속입니다.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대로 실현되어 오늘 우리는 보호자 성령의 혜택을 누립니다.
부활, 승천하시어 하느님 아버지 오른쪽에 좌정하신 주님은 당신의 보호자 성령을 보내 주시어
당신을 믿는 모든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섭리의 품 안에서 지낼 수 있게 하십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하시는 보호자 성령은 그대로 자비로운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감옥에 갇혔던 바오로와 실라스가 풀려나는 것도 보호자 성령의 은총입니다.
필리비의 군중도 합세하여 바오로와 실라스를 공격하자, 행정관들도 합세하여 마침내 두 제자를
가장 깊은 감방에 가두고 그들의 발에 차꼬를 채웁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자유롭습니다.
절망적 상황속에서도 자정 무렵에 바오로와 실라스는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고 기도합니다.
다른 수인들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침내 큰 지진의 기적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리고
문들이 모두 열리고 사슬도 다 풀립니다.
간수는 죄인들이 달아난 줄 알고 칼을 빼어 자결하려 하자 바오로가 신속히 개입합니다.
이어지는 문답과 간수의 온 가족이 세례를 받고 바오로 일행을 환대하는 장면이 참 아름답습니다.
“자신을 해치지 마시오. 우리가 다 여기에 있소.”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두 제자는 주님의 말씀을 들려주었고, 간수는 두 제자의 상처를 씻어주고, 그 자리에서 온 가족이 세례를 받습니다.
이어 자기 집안으로 데려다가 환대하며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집안과 더불어 기뻐합니다.
우리는 이 일화에서 귀한 진리를 배웁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손길은 보호자 성령을 통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이며, 굽은 선들로도
곧게 글씨를 쓰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굽은 선들로 똑바로 쓰실 수 있습니다(God can write straight with crooked lines)”.
재앙처럼 보였던 일들이 모두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그대로 하느님의 은총이요 굽은 선들로도
똑바로 쓰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봅니다.
이 또한 보호자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오늘 사도행전뿐 아니라 우리의 지난 삶의 역사를 뒤돌아봐도 주님은 굽은 선들로도 똑바로 써내려 오셨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진리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참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행복하게, 새롭게, 살게 하시는 주님의 자비로운 섭리의 손길 보호자 성령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 우리의 굽은 선들로도 똑바로 우리 삶의 역사를 쓰실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 중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출처 - 요셉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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