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신부님 ===28/2/2026==== 원수 사랑의 달인, 구엔 반 투안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추기경!
원수 사랑의 달인, 구엔 반 투안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추기경!
오늘 예수님의 당부 말씀을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해도 해도 너무한 요구를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건 뭐 속도 밸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 아닌가요? 그저 바보 멍청이처럼 살아가라는 말씀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말이지 인간의 힘,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듯 합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4-45)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아무나 실천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나’를 탈피할 때, ‘나’라는 질그릇 안에 들어있는 과거의 자아를 완전히 비워낼 때 실천 가능한 가르침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하느님화’될 때, 인간적 관점을 버리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참으로 나약하고 부족하며 죄인인 우리 인간들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안에는 ‘하느님의 자취’가 남아있고 ‘하느님의 인호’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비참하지만 하느님께서 위대하시기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인간의 비루함과 옹색함을 벗어나 광활한 사랑의 평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원수조차 사랑할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베트남의 가경자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은 원수 사랑 잘하기로 유명했던 분입니다. 그분은 아무런 설명도 재판도 없이 갑자기 체포되고 독방에 수감되었지만, 독방을 주교좌 성당으로 여기고, 동료 수감자들과 교도관들을 자신의 양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사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지금 이 순간을 살며’(바오로딸)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지만 감명깊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푸칸의 감옥에서 병이 나 앓던 어느날 밤, 나는 지나가는 교도관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몹시 아픕니다. 좋은 일 하는 셈치고 제발 약 좀 주십시오.”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여기서는 친절도 사랑도 없습니다. 책임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몸담고 있던 교도소의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독방에 감금되었을 때, 교도관 5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며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아예 대화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어느 밤, 문득 이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프랜시스야, 너는 여전히 부자다. 너는 가슴속에 예수님의 사랑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예수님이 너를 사랑하듯이 그들을 사랑하여라.”
다음 날부터 저는 그들을 더 깊이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소를 띠고 친절히 말하면서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미국이나 캐나다, 프랑스 독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경제와 자유와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그들은 제게 불어,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여러 교도관들이 제 학생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우리의 관계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교도소장까지 제게 우호적으로 바뀌어 더 많은 교도관들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제게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사랑이 있을 때 사람들은 기쁨과 평화를 느낍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것에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제복을 입고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언어를 말하십시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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