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근 신부 님의 복음 묵상 == 31/10/2024==자진하여 당신의 길을 가심
<자진하여 당신의 길을 가심>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죽음에 직면하신 장면’과 ‘예루살렘 멸망을 예고하신 장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합니다.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루카 13,31)
바리사이들의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예수님께 호의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예수님의 여행을 방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헤로데를 ‘여우’라고 지칭하시면서 그에게 가서 전하라고 합니다.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루카 13,32)
예수님께서는 그 어떠한 인간적 장애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으시고, ‘아버지의 계획과 당신의 사명 수행을 관철’하십니다.
곧 당신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자진하여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가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루카 13,33)
'가야 한다'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신다는 것’을, ‘예루살렘에서 죽음을 맞이하신다.’는 말씀은 그분의 뜻에 따라 ‘당신의 삶을 완성하시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자진하여 당신의 길을 가심’을 밝히십니다.
곧 담대하고 의연하고 결연한 의지로 당당하게 당신의 길을 가실 것을 밝히십니다.
마치, 최초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라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을 연상시켜줍니다.
그것은 헤로데가 베들레헴의 아이들을 모두 살해하면서도 이루지 못했고,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끊임없이 음모를 꾸몄지만 이루지 못했던, ‘당신의 죽음’을 이제 스스로 이루시러 가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제시하고 있는 길을 먼저 예수님께서 가신 것입니다.
곧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평화의 복음을 신고, 믿음의 방패를 잡고, 구원의 투구를 쓰고, 성령의 칼을 쥐고 담대하게 가는 길입니다.’(에페 6,13-17 참조).
이처럼 예수님께서 ‘사명 수행을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듯이’, 오늘 우리도 예수님을 따름에 있어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한 무장을 갖추고’(에페 6,13)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우리가 가야할 길을 계속 가야겠습니다(루카 13,3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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