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 31/10/2021==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같은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오늘은 연중 제31 주일이고, 10월 31일입니다. 31일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감미로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위로를 주었던 잊혀진 계절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잊혀진 계절도 좋지만 윤동주 시인의 서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시인의 마음을 생각합니다학생 때 에릭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었습니다우리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랑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사랑에는 3가지 차원이 있습니다첫 번째는 감성적인 사랑입니다생명의 목적은 2가지입니다하나는 생존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자손을 낳아 번성하는 것입니다작은 나비부터가장 큰 수염고래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까지 이 목적은 같습니다이 감성적인 사랑에는 윤리와 도덕이 개입하지 않습니다본능에 이끌리는 사랑입니다두 번째는 이성적인 사랑입니다철학문학예술건축음악은 이런 이성적인 사랑으로 시작됩니다이성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인류의 문화와 문명은 이성적인 사랑에 의해서 꽃이 피었습니다세 번째는 종교적인 사랑입니다불교에서는 자비와 보시를 이야기합니다교회에서는 희생과 헌신을 이야기합니다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습니다강도당한 사람을 구해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이 있습니다모든 종교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입니다종교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하고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사랑에는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첫 번째는 사랑을 받는 단계입니다어린아이들은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합니다들숨이 있어야 날숨이 있습니다한동안 많이 불렀던 노래가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예수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사람이 되셨습니다흙 속에 있는 씨앗은 물과 햇빛을 받아야 싹이 나옵니다사랑 받는 아이는 면역력도 강해지고사랑할 수 있는 능력도 생깁니다.

두 번째는 사랑하는 단계입니다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남을 생각하며 감동할 수 있고자신의 애정을 특별한 존재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그 느낌은 사랑받는 것보다 한결 흐뭇합니다사랑하면 할수록 그것에 엄청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고난도역경도굶주림도죽음까지도 이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세 번째는 자기를 사랑하는 단계입니다자신의 애정을 남에게 투사하고 나면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쏟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이 단계의 사랑은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과 비교할 때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사랑을 주기 위해서든받기 위해서든 남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따라서 사랑을 주거나 받는 존재에게 실망하거나 배신당할 염려도 없습니다네 번째 보편적인 사랑의 단계입니다이는 무제한의 사랑입니다애정을 받고남에게 투사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나면사랑을 자기 주위의 사방팔방으로 전파하기 시작하기도 하고 사방팔방에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이 보편적인 사랑을 부르는 이름은 생명자연대지우주하느님처럼 문화와 민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사랑입니다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같은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합니다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고 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지금 나의 사랑은 어느 차원의 사랑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지금 나의 사랑은 어떤 단계의 사랑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도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식어 하느님 아버지를 잠시 외면한다고 해도 끝내 우리를 버리시는 분은 아니십니다그러나 우리의 이웃은 우리의 사랑이 부족하면 기다리지 못하곤 합니다우리의 사랑이 식어 버리면 그들 역시 사랑이 식어버리곤 합니다. 2021년도 이제 2달 남았습니다더 늦기 전에 내가 미워한 이웃을나를 미워한 이웃을 용서하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용기와 힘을 청합시다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저 십자가로 하느님과 우리를 화해시키셨고우리의 이웃과 이웃을 화해시키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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