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신부의 복음 묵상 =30/4/2023 ===사랑은 경청과 소통을 통해 드러난다

부활 제4주일 (요한 10,1-10) 성소주일

 

사랑은 경청과 소통을 통해 드러난다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오늘은 성소 주일입니다. 우리를 신앙에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생각하고 특별히 성직자, 수도자의 봉사직에 부르심을 받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후원하는 날입니다. 먼저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을 받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각자의 성소에 충실할 수 있는 은총을 기원합니다.

 

어린아이 이설아 첼리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빠지지 않고 미사참례를 합니다. 아주 귀엽고 이쁩니다. 제가 손을 내밀면 손도 잡아주고 인사도 잘합니다. 물론 수녀님 보좌신부님에게도 애틋합니다. 그런데 제가 늘 입던 수단을 입지 않고 일반 옷을 입은 채 손을 내밀었더니 멈칫하였습니다. 늘 같은 모습이 아니기에 선뜻 손을 주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와 모습이 다르니 혼동이 온 것입니다. 아이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서로 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많은 관심과 진실한 사랑이 없이는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더더욱 주님과의 소통이 긴밀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예수님께서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10,3).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요한10,27-28). 고 하셨는데 진정 나는 예수님을 얼마나 알고 그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나를 알고 계신 데 나는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있으면 답답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목소리, 그분의 말씀을 잘 알아들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그분의 목소리에 익숙해야 하고 그분의 행동에 익숙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내 목소리를 줄이고 침묵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언어는 침묵”(토마스커킹신부)이기 때문입니다.

 

묵시록 3장20절의 말씀을 기억하시지요?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려면 먼저 고요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내적으로 외적으로 정돈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문을 두드리고 아무리 얘기를 하려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주 한적한 곳을 찾으셨습니다. 식사할 겨를도 없이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이른 새벽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셨습니다. 조용한 곳에 가셔서 하느님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세상살이에 바쁘고 지치고 힘이 들지만 그럴수록 한적한 곳을 찾아 하느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가는 길이 그분 마음에 드는 길인지 알게 되고, 살게 되며 마침내 그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사실 주님의 음성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음성을 따라가는 우리의 욕심 때문입니다. 우리가 움켜쥐고 싶은 것이 있어 주님의 음성을 외면하는 것이지 주님은 늘 사랑으로 속삭이십니다.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루 잠시 잠깐이라도 성경을 읽으면서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침묵 속에서 그 말씀대로 살 것을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그분의 목소리를 감각적으로 들으려 애쓰지 말고 먼저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펴십시오. 사실 성경은 읽는 것이 아니라 그분은 말씀하시고 나는 듣는 것입니다. 그분의 음성을 듣고 싶으면 먼저 믿음으로 성경을 받아들이십시오. 삶의 위로와 희망, 지혜, 문제의 답, 그리고 구원이 거기에 있습니다. 말씀을 듣고 그대로 행하십시오. 놀라운 힘과 능력의 손길, 열매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시기 위해 보내주신 사랑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우리 삶의 여정에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폭넓은 마음이 요구됩니다. 하느님의 음성을 알아들어야 하고 부자간에, 부부간에, 이웃 간에도 서로 통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알고 여러분도 저를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서로를 지켜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성경을 통해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기회를 만들어 성체조배를 하면서 주님과의 속 깊은 만남을 이루시기 빕니다.

 

오늘 성소주일에 주님의 음성을 듣고 성직자, 수도자의 길에 나설 수 있는 젊은이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구원을 위한 그릇으로 쓰일 성직자, 수도자가 여러분의 가정에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제가 되고 수도자가 종신서원을 하려면 지금 시작해도 앞으로 10년 후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지금 시작하면 결코, 늦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속으로 자녀를 봉헌하고 손자, 손녀를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소의 동기는 아주 다양합니다. 별것 아닌 것을 통해서도 부르심을 주십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신부님들께는 쌀밥을 대접하고 밥상에 김이 올라가고 달걀이 놓여 있었기에 그것을 보고 신부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시골 공소에서 지냈는데 어른들로부터 주일공소예절에 나오는 것으로 칭찬을 듣게 되어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너는 나중에 신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공소회장님의 말씀이 이루어졌습니다. 함께 어울리던 회장님의 아들도 신부가 되었고, 한 명은 수녀가 되었으며 하나는 결혼하여 자녀에게 성소의 꿈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젊은이들에게 특별 성소의 꿈을 키워줄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와 칭찬과 권고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우리 복사들을 미래의 신부님, 수녀님으로 부릅니다. 언젠가 그 소리가 마음을 흔들기를 희망하며.

 

결혼 성소도 좋고, 수도자, 성직자의 성소가 다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녀로 부르심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은총입니다. 그중에 다양한 성소로 초대받습니다. 특별 성소인 성직자, 수도자의 부름도 가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니만큼 가정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 각 가정이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그 말씀대로 사는 은총을 입기를 마음을 다하여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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