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가 좀 바빴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가기로 한 어떤 행사에는 일찌감치 출발했는데도,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시간이 늦어지고, 애를 태우고, 끼니도 제때 못 때운 관계로 밤늦게 집에 돌아와 컵라면에 물을 부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말 미쳤구나, 미쳤어. 대체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고 있지? 내 또래 다른 영감님들은 저리 세상 편히 지내고 계시는데, 나는 대체 이게 뭔 꼴이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굳이 안 그래도 때 되면 삼시 세끼 딱딱 밥 나오는데...” 그런데 오늘 교황 주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과 생애을 묵상하면서 그런 생각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 가서 나이 자랑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1936년 12월 17일생이시니, 새롭게 정한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면 87세+6개월이십니다. 한쪽 폐도 온전치 않은 데다, 무릎까지 문제이니,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 또래 분들은 안 그런 분들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요양원에 계시거나, 오늘 내일 하시거나, 그래서 산에 누워 계시나 집에 누워 계시나 별반 차이 없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십시오. 그 연세에도 하루 스케줄이 살인적입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교황님을 알현하기 위해 기다립니다. 수많은 회의와 행사가 교황님을 시간대 별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파악은 안 되지만, 아마도 이분도 여러 이유로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처럼 살아생전 사임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 연세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걷기도 힘들고, 숨쉬기도 힘든 상황이기에,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사임서를 제출하고,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카스텔간돌프 교황 전용 별장에서 편히 쉬고 기도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서는 그러지 않으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