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루카 1,39-56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신 후, 친척이자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복음에서는 마치 옆동네를 방문한 것처럼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마리아가 계시던 나자렛에서 엘리사벳이 머물던 아인카림까지는 130킬로미터가 넘는 대단히 먼 거리였습니다. 차로 움직여도 3시간 이상 걸리고, 걸어서는 사나흘이 걸리는, 더구나 중간에 산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지요. 아직 나이 어린 소녀였던, 게다가 홀몸이 아니었던 마리아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임신을 해보신 자매님들이라면 임신 초기가 얼마나 예민하고 부담스러우며 힘든 시기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내 안에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되면서 몸이 혼자살던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기르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재조정과 변화의 과정을 겪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동안 지녀왔던,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삶의 모습을 버리고 힘들고 괴로운 변화를 겪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는 입덧, 메스꺼움, 변비, 울렁증, 신경과민, 심하면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려움들이 따릅니다. 임신 초기였던 마리아도 그런 증상들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 고충이 여간 큰 것이 아니었을텐데, 그런 몸으로 나이든 사촌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아직 엄마가 될 준비도 채 갖추지 못한 어린 나이에 그것도 처녀의 몸으로 ‘임신부’가 된 힘든 상황 때문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몸으로 임신부가 된 친척 엘리사벳이라면 그런 자신의 고충을 이해해주고, 이 난관을 앞으로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 충고해 줄 거라고 기대했겠지요.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자기도 힘든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