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승수 신부님 == 30/9/2023=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 루카 9,43ㄴ-45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대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스님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스님이 스승님을 찾아가 하소연하자, 스승님은 그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 빨리 가느냐 좀 늦게 가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말고 남은 시간을 후회없이 사는데에만 집중하거라.” 이 말에 용기를 얻은 스님은 자신이 ‘시한부 환자’라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고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사는게 중요할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앞으로 겪으시게 될 수난과 죽음에 대해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었습니다.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자신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는데, 예수님이 계시지 않으면 자기들이 그분께 걸었던 모든 희망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인데, 당신이 고통을 겪고 죽임을 당하신다고 하시니 자기들을 저버리는 것 같은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나 무책임하게 느껴져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저버리고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시려는게 아닙니다. 그들이 지향해야 할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시려는 겁니다. 죽음을 ‘실패’나 ‘절망’으로 여기고 그저 피하려고만 들어서는 삶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지요. 편안하고 안전한 지금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바라는 헛된 꿈을 품기보다, 죽음이 언제 덮쳐오든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을 주님 뜻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이 세상에서부터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