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 마태오 13,24-30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를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키 큰 나무 사이를 걷노라니> 고민 많은 한 아이와 산을 올랐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랑비가 내리는 산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쭉쭉 뻗은 ‘팔등신 미인’ 나무-메타세쿼이아-들을 만났습니다. 키 큰 나무 사이를 걷노라니 세파에 허물리고 휘어졌던 마음이 다시 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저 나무들, 저토록 높이높이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견뎌왔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짠해왔습니다. 오늘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크신 자비, 엄청난 인내심을 잘 표현하는 복음입니다. 인간이 죄를 짓는 순간순간 마다 하느님께서 진노하시고, 하느님께서 인간을 단죄하시고, 인간의 기를 꺾어놓는다면,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하느님의 심판 앞에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우리가 어떠하든 그저 묵묵히 참으십니다. 한없이 기다리십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무력해 보이는 하느님이십니다. 때로 너무나 나약해 보이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수동의 극점에 서 계신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죄를 철저하게도 참아내시는 분, 우리의 악행을 끝까지 견뎌내시는 분, 우리의 불효를 끝끝내 인내하시는 분, 끝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시는 분이 ...